일본여행 언제 가는 게 가장 좋을까

일본 여행을 계획할 때 남들이 다 좋다는 시기만 고집하다가는 비싼 비행기 값과 인파에 치여 피로만 쌓인 채 돌아오기 일쑤입니다. 사실 일본은 사계절이 뚜렷하지만 여행자 입장에서 날씨와 물가 그리고 인구 밀도를 따져보면 최적의 타이밍은 의외로 뻔한 성수기가 아닐 때가 많습니다. 내가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을지 명확히 정해야만 후회 없는 여행이 됩니다.


일본여행

남들 다 가는 벚꽃 시즌이 정말 정답일까

흔히 일본 하면 3월 말에서 4월 초의 벚꽃을 떠올리지만 이때는 숙박비가 평소보다 2배 이상 치솟고 어디를 가나 사람 뒷모습만 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의 유명 공원은 발 디딜 틈조차 없어서 낭만적인 꽃구경은커녕 기만 빨리고 돌아올 확률이 높습니다. 벚꽃 개화 시기가 매년 유동적이라 운이 나쁘면 꽃망울도 터지기 전이나 이미 다 떨어진 뒤에 도착할 위험도 큽니다.

차라리 벚꽃의 화려함보다는 쾌적한 날씨를 원한다면 5월 중순이나 6월 초를 권합니다. 골든위크라는 일본 최대 연휴가 끝난 직후라 항공권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고 날씨도 적당히 선선해서 걷기에 그만입니다. 이 시기에는 습도가 낮아 야외 활동을 오래 해도 불쾌지수가 높지 않으며 낮 시간이 길어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6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장마철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본의 장마는 한국보다 훨씬 습하고 끈적거려서 야외 이동이 잦은 여행자에게는 고역이나 다름없습니다. 비 오는 날의 운치를 즐기는 성향이 아니라면 신발이 다 젖고 머리카락이 붕 뜨는 습한 공기를 견디기 힘들 수 있습니다.

여름과 겨울 중 고민될 때 따져봐야 할 현실

여름 일본 여행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도전입니다. 7월과 8월의 도쿄나 오사카 기온은 35도를 우회하며 습도가 80퍼센트에 육박해 마치 거대한 찜통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듭니다. 축제나 불꽃놀이 같은 볼거리는 많지만 길거리에서 10분만 서 있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기 때문에 노약자나 아이와 함께라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반면 겨울은 온천 여행이라는 확실한 목적이 있다면 최고의 선택지가 됩니다. 특히 홋카이도는 12월부터 2월까지 눈의 천국으로 변해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설경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겨울 여행의 치명적인 단점은 해가 너무 빨리 진다는 점입니다. 오후 4시 반만 되어도 어둑어둑해져서 관광지 운영 시간이 짧아지고 일정이 일찍 마무리되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계절별 평균 기온과 혼잡도를 고려한 여행지 상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시기 평균 기온 장점 단점
3월~4월 10도~15도 벚꽃 풍경 극심한 인파, 비싼 숙박비
5월~6월 18도~23도 쾌적한 기온, 상대적 저렴함 6월 중순부터 장마 시작
7월~8월 28도~35도 축제 및 야시장 살인적인 무더위와 습도
10월~11월 15도~20도 단풍 풍경, 선선함 유명 단풍 명소 혼잡

경비를 아끼고 싶다면 날짜 설정부터 다르게 하자

항공권과 숙박비를 절감하고 싶다면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출발하는 일정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주말을 낀 금요일이나 토요일 출발은 가격이 1.5배 이상 뛰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엔화 환율이 900원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어 쇼핑하기에는 좋은 환경이지만 항공권에서 이미 큰 지출을 해버리면 체감되는 절약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도쿄행 왕복 항공권은 성수기 기준 50만 원을 훌쩍 넘기기도 하지만 평일 비수기에는 20만 원대 중반에도 구할 수 있습니다. 숙박 역시 에어비앤비나 비즈니스호텔을 예약할 때 주말보다는 평일 연박 할인을 제공하는 곳이 많으니 결제 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번화가에서 한 정거장 정도 떨어진 숙소를 잡으면 소음도 적고 비용도 30퍼센트 정도 아낄 수 있습니다.

구글 지도를 활용해 가고 싶은 식당의 대기 시간을 미리 체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타베로그 같은 사이트에서 평점 3.5점 이상인 곳을 찾되 관광객 전용 식당보다는 골목 안쪽의 작은 가게들을 공략하는 것이 훨씬 맛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입니다. 유명 맛집은 줄 서는 데만 2시간을 허비할 수 있으니 시간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 손해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내 취향에 맞는 시기를 고르는 법

여행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제일 좋은 시기는 사실 10월 말에서 11월 초입니다. 여름의 무더위가 완전히 가시고 태풍의 위협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단풍이 서서히 들기 시작해 경치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야외 활동을 하기에 몸이 제일 가볍습니다. 가디건 하나 걸치고 걷기에 딱 좋은 날씨라 사진 찍기에도 이만한 때가 없습니다.

다만 이때는 일본 현지 학생들의 수학여행 시즌과 겹치기도 하니 교토 같은 유적지는 평일에도 붐빌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남들의 추천보다는 본인이 추위를 많이 타는지 아니면 더위를 못 참는지부터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여유로운 산책과 맛있는 한 끼가 목적이라면 평범한 평일의 일본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단순히 유명한 날짜를 쫓아가기보다 내가 견딜 수 있는 환경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실패 없는 일본 여행의 지름길입니다. 비행기 표를 끊기 전 일기예보와 현지 공휴일 일정을 다시 한번 대조해 보고 나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날짜를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고른 날짜야말로 남들이 뭐라 해도 당신에게 제일 완벽한 여행 시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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